덕유산 산행기

  1. 산행종류 : 종주 워킹 산행

  2. 산행지 : 덕유산 (1610.6m) - 경남 함양, 전북 무주

  3. 산행일자 : 2014년 10월 17일(금) ~ 18일(토)

  4. 산행코스 : 영각사입구 - 영각지킴터 - 영각재 - 남덕유산 - 월성치 - 삿갓봉 - 삿갓골재(삿갓재대피소) - 무룡산 - 동엽령 - 백암봉(송계삼거리) - 중봉 - 향적봉대피소 - 향적봉 - 설천봉 - 무주스키활주로 - 칠봉 - 인월담(구천계곡) - 삼공탐방지원센터 - 삼공버스승강장

  5. 동행인 : 송☆화, 박☆숙, 박☆아, 이예☆, 윤진영

최근 몇년사이 등반에만 집중 했기에 장거리 워킹 산행이 몹시 그리웠다. 등반만 하자고 마음 먹었던 것은 아닌데 양쪽 다를 번갈아 하기에는 역부족이였고, 피곤했다. 아직 올해 쫑바위는 하지 않았지만 이쯤이면 암벽등반은 접고, 오랜시간 하염없이 산길을 걷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여 약간의 백두대간 길을 포함하는 덕유산을 가보자고 마음 먹으면서부터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산은 태고적에도 산이었고 지금도 산이며 지구의 온난화로 천지가 수장되는 그 날에도 산일 것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명과 멸을 거듭해도 그 자리에서 한점 흐트러짐 없이 올곧게 서 있었던 산이기에 한 세상 그저 소풍나온 듯 머물다 갈 내게 산이란 늘 범접할 수 없는 여래의 존재이다. 속세의 아수라를 거쳐온 선물로 평일 하루 휴가를 내여 금토, 여래를 만난다.

겨울 추위는 피부로 느끼고, 가을 추위는 마음으로 느낀다고 했던가. 그렇게 찬 새벽공기도 아니였는데 이른 새벽 지하철로 향하는 내마음은 덕유산이고 뭐고 무거웠다.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여 예약한 표를 출력 하고, 게이트 맨 좌측 앞에 미니의자를 펴고 10여분 앉아 있으니 커피를 들고 ☆화언니 ☆아언니가 도착하고, 커피에 설탕 타려간 사이 예☆이가 도착 했다. 아니 이미 도착해 있었을 수도 있다.

17일 07시. 함양행 고속버스 안에는 평일인데도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다. 가을 단풍산,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다. 3시간 10여분을 달려 우리는 함양터미널에 도착 했다. 버스가 도착해서 우리를 내려준 곳과 서상행 버스승강장이 달라 물어물어 서상행 표를 끊고 승장강에 들어서서 시골 어르신들과 나란히 서상갈 버스를 기다렸다. 시골 어르신들의 일상에 우리 일행의 모습이 도토리 주우려 가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냥 빛추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17일 11시 20분경 서상터미널에 도착, 터미널에 붙어 있는 식당에서 된장찌게 2인분, 청국장찌게 2인분을 시켰는데 청국장찌게의 맛과 된장찌게의 맛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반찬은 직접 재배한 것으로 만든 것인지 전부 아주 맛있었다. 그렇게 배불리 점심식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영각사 입구에 도착, ☆숙언니를 기다렸다. 검정색 SM7을 타고 등장한 ☆숙언니, 지인께서 영각사 입구까지 모셔다 주다. 점심식사를 하지 못한 지인 분과 ☆숙언니는 부랴부랴 ☆화언니가 가져온 시루떡과 찐 고구마가 아닌 구운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고, 17일 12시 30분경 동행자 다섯명은 1박 2일의 종주산행을 시작하게 된다.

<영각재 - 남덕유산 - 월성치 - 삿갓봉>

백두대간의 덕유산 권역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시기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앞으로 우리가 밟을 남덕유 근처는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도 발견된 바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하지만, 이런 유서 깊은 곳을 산행에만 집중 하느랴 유서 깊은 곳인지 아닌지 남덕유의 화려한 조망으로는 느낄수가 없다. 영각지킴터를 지나 1시간 가량은 그냥저냥 산길인데 영각재 올라서기 전 30 ~ 40분 가량은 길이 가팔라 내공이 필요한 구간이다. 이번 종주산행에서 올라가는 길로는 가장 가파른 길이 아니였나 생각된다. 암봉으로 둘려싸여 있는 철계단을 지나 남덕유산 꼭대기에 오르면 백두대간 능선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우째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신라, 가야, 그리고 백제의 접경지가 이곳 덕유산이였다고 하는데 우리가 북상을 하므로 좌는 백제, 우는 신라 혹은 가야가 되는 셈이다. 누군가는 이 산에서 싸우다 죽었고, 또 누군가는 즐기기 위해 산을 찾는다. 모두들 시대를 잘 만난 덕이려니 당연해하지만 생각해보면 피눈물의 산이므로 산에 대한 경외심을 좀더 가져보는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남덕유산 꼭대기에 도착한 시각은 17일 15시 20분경, 삿갓봉을 지나칠 무렵에는 벌써 하루 해가 지고 있었다. ☆화언니의 한마디 말씀(☆숙씨가~ 예☆씨와 같이와~)에 ☆숙언니는 예☆이와 함께 힘들지만 천천히 대피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이미 ☆화언니와 ☆아언니는 대피소에 도착 했을 무렵 나는 삿갓봉 바로 밑에 대피소가 있는줄 알고, 왔던길을 한 100m 가량 되돌아가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래서 gps는 대략 참조로만 하고, 오프지도를 꼭 봐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드디어 17일 18시경 마지막 주자 나를 포함해 삿갓재대피소에 모든 멤버가 도착했다.

<삿갓골재(삿갓재대피소)>

☆화언니의 체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먼저 도착 하시여 대피소에서 100m 가량 떨어져 있는 샘에서 물주머니 가득 물을 담아 올라오셨다. 재와 령은 대게 바람이 많이 분다. 삿갓재대피소에 취사장이 있는줄도 모르고, 대피소 앞에 있는 나무테이블에서 추위에 떨며 먹을꺼리를 펼쳐 놓고 있는데 ☆숙언니가 취사장이 있는거 아이가?? 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취사장이라고 적힌 세글자를 보고 바로 취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바람 불고, 춥고 하는데 밖에서 먹는줄 알고 우모복을 챙겨갔다. 먹을꺼 입을꺼 교통비 아껴가며 비싸게 주고산 나의 우모복 바지의 뽕을 뽑을려면 야영장에서나 이런 바람 많은 대피소에서 입어주어야 하는데 취사장에서 입고 있을래니 좀 갑갑했다. ☆숙언니의 정성 가득 담긴 된장국에 맛있게 식사를 하고, 일잔 하면서 평가도 하고해서 2시간 가량 저녁식사는 다 끝낸거 같다. 그리고, 위로 올라와 차한잔, 술한잔을 더했다. 공단 직원나리께서 차도 못마시게 하는 바람에 우리는 찻잔, 술잔을 바로 접고, 하루산행을 마무리 하는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17일 21시 소등이 될쯤 나와 예☆이는 내일 사용할 물을 기르려 다녀왔고, 그바로 즉시 취침 했다. 18일 아침식사의 밥은 내가 쿨쿨 자고있는 사이 ☆화언니께서 해놓으셨다. 어제의 된장국과 반찬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18일 07시경에 삿갓재대피소에서 단체사진도 찍고, 무룡산을 향해 출발 했다.

<무룡산 - 동엽령 - 백암봉 - 중봉 - 향적봉대피소 - 향적봉 - 설천봉>

무룡산에서 백암봉까지는 오르막길이 비교적 없는 능선길이라 따로 덧붙일 말은 없다. 능선길이라 좀 지루할수도 있겠으나 토요일 이른 시각이라 주말 등산객으로 짜증날 일 없고, 오롯이 산과 자신만이 만날수 있는 구간이 아닐까 싶다. 물결치는 산들을 보면서 힘들지 않는 산행을 하게되면 사람 마음이 참 평온해지는걸 느낀다. 백암봉에서 중봉 사이 계단은 힘들다. 누벅가죽으로 된 동계용 등산화는 나의 발목, 발가락, 발바닥을 여러가지로 힘들게 한다. 살갖이 얇아 아주 두꺼운 겨울철 등산양말을 신었더니 발바닥을 라이터로 지지는 느낌이다. 중봉 가기전 계단 올려치기 전에 평전을 감상 하면서 양말까지 다 벗고 쉬고 있는데 ☆화언니와 예☆이가 지나간다. 산행로에 등산객들이 많이 늘어났다. 중봉에서 향적봉까지 등산객들 매우 많다. 이 길목에 놓인 고목을 홀로 감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대략 18일 12시 20분경 향적봉대피소에 도착해 라면과 오리고기와 울산에서 오신 ☆숙언니 지인 분들께서 주신 전어무침으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대피소 만큼이나 사람들로 북적대는 향적봉 표지석에서 기념촬영 한번 해주고, 설천봉으로 발길을 급히 옮겼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3,000원이나 하는것을 ☆숙언니가 다 쐈다. ☆아언니는 환타로~ 비싼 아이스크림에 좀 짜증난 우리는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로 짬봉 되어 있는 쓰레기를 거기에서 다 버렸다. 물론 쓰레기통에~

<무주스키활주로 - 칠봉 - 인월담(구천계곡) - 삼공탐방지원센터 - 삼공버스승강장>

무주스키장 활주로를 산행길로 삼아 내려오니 우측에 산행길 이정표가 나온다. 길따라 쭉 내려가면 40분이면 도착하고, 칠봉을 거쳐 구천계곡을 지나 삼공탐방지원센터까지는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아언니와 ☆숙언니는 칠봉 거쳐서 내려오고, ☆화언니와 예☆이 그리고 나는 그냥 길따라 내려가자고 ☆화언니가 제안을 하셨지만 우리는 다같이 힘을내서 박☆아, 이예☆, 박☆숙, 윤진영, 송☆화 순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산죽이 가득한 산길을 따라 한동안 걸으니 가파른 철계단이 나오고, 볼더링 할만한 바위들도 여럿 보이게 된다. 구천계곡 물소리가 가깝게 들리고, 속세의 확성기 소리가 들릴때 쯤 나의 왼쪽발은 절둑절둑 절고 있었다. 결국은 왼쪽다리를 질질 끌고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칠봉 거쳐서 안 내려왔더라면 후회 많이 했을 것이다. 하무튼, 18일 16시 40분경 삼공버스승강장에 도착해 10여분을 기다려 무주행 버스를 탔다. 무주에서 ☆화언니, ☆아언니, 예☆이 그리고 나는 서울 남부터미널로~ ☆숙언니는 대전을 거쳐 울산으로~~~~~

산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덩치가 제일 크다. 덩치가 크면 싱겁다 했는데 덕유산은 속도 깊었다.

덕유산 처럼 넓은 품을 가진 너라는 놈을 만나기 위해 나는 행복하게 또 일주일을 살 것이다.